빗장 풀어도…외국인, 중국 자본시장 '외면'

입력 2017-03-03 17:49  

'딤섬본드'보다 수익률 높은 채권, 개방 전보다 오히려 투자 줄어
선강퉁 개통에도 선전증시 '싸늘'

위안화 약세에 투자 부담
자본유출 통제 등 정부 개입에 투자금 회수 불확실해 꺼려



[ 임근호 기자 ] 중국이 지난해 세계 3위 규모인 자국 채권시장과 세계 2위인 주식시장을 잇달아 외국인 투자자에게 개방했지만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으로 훗날 투자금을 쉽게 회수할 수 있을지 불안이 커진 점이 외국인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원인으로 꼽힌다.

◆기대 못 미친 시장 개방 효과

지난해 2월 중국은 채권시장을 외국인 투자자에게 대폭 개방했다. 역내 채권시장의 98%를 차지하는 은행 간 채권시장에 중앙은행이나 국부펀드가 아닌 외국인 투자자의 참여도 허용한 것이다. 이전에는 외국계 금융회사가 적격외국인투자자(QFII)나 위안화적격외국인투자자(RQFII) 같은 자격을 어렵게 획득해도 거래소 시장에만 참여할 수 있어 거래할 수 있는 채권이 한정적이었다.

은행 간 채권시장의 빗장이 풀리면서 BNP파리바 HSBC 도이치뱅크 스탠다드차타드 등 외국계 은행이 직접 은행 간 채권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외국계 자산운용사도 중국 역내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를 쉽게 만들 수 있게 됐다. 중국에서 거래되는 역내 채권은 홍콩 등에서 거래되는 역외 위안화 채권인 ‘딤섬 본드’보다 만기 수익률이 높고 종목 수가 많다. 미국 얼라이언스번스틴 자산운용은 당시 2조5000억달러가 중국 채권시장에 쏟아져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의 쇄도는 없었다. WSJ에 따르면 국채와 회사채를 더해 중국 채권시장 규모는 63조8000억위안(약 9조2900억달러)인데 작년 말 외국인 보유 비중은 1.3%로 개방 직전 1.4%에서 오히려 줄었다. 외신은 “지난 1월 외국인이 2015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중국 국채 보유를 줄인 데 이어 2월에도 38억위안을 순매도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빗장을 열어도 외국인이 투자를 꺼리는 현상은 주식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15일 중국 선전증시와 홍콩증시 간 교차거래가 가능한 ‘선강퉁’을 시행했다. 2014년 ‘후강퉁’(상하이증시와 홍콩증시 간 교차거래)에 이어 이번에는 하이테크 기업이 많은 선전증시에 외국인이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것이다.

하지만 현재 선강퉁을 통해 선전증시로 흘러들어오는 외국인 자금은 하루 한도 130억위안의 5%에 불과하다고 WSJ는 전했다.

◆중국 정부 시장 개입에 불안

외국인이 중국 시장 투자를 꺼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위안화 가치가 계속 내리막을 걸으면서 하락세가 멈출 때까지 투자에 뜸을 들이는 것이 한 요인이다. 선전증시 내 소형주 거래시장인 차이넥스트의 주가수익비율(PER)이 71배에 달해 거품 논란이 이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외국인 투자자의 최대 불안 요인은 중국 정부의 개입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자본시장 개방으로 투자하기는 쉬워졌지만 훗날 투자금을 쉽게 회수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루카스 댈더 로베코인베스트먼트솔루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위안화 국외 유출이 문제가 되자 자본 유출입 규제를 강화한 것처럼 중국 정부는 언제든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며 “이런 위험을 웃도는 수익률을 얻을 수 있어야 투자자들이 중국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HSBC는 “중국 정부가 자본 유출입 규제 등 시장 개입을 자제한다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에 편입되기도 쉬울 것”이라며 “MSCI 지수에 편입되면 중국 주식시장에 5000억달러가 유입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도 중국 채권시장이 JP모간체이스나 씨티그룹의 채권지수에 편입된다면 2500억달러가 들어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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